식당의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손님이 줄어들어 소모되지 못한 식재료가 싱싱함을 잃었다. 싱싱하지 못한 식재료 때문에 음식의 맛 또한 잃어버렸다. 손님이 더 줄어들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구청이 주도하는 먹자골목이 대로변 건너에 생기면서 로로의 식당이 있던 골목은 상권이 완전히 죽어버렸다.
일련의 시련은 로로의 부모가 살면서 가장 힘없고 약한 때에 일어났다.
결국 매달 적자 기록을 경신하던 로로네 식당은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로로는 추억이 많았던 식당의 마지막 모습이 이렇게 썰렁할 줄 몰랐다.
‘소설 쓰는 게 잘 안되면 식당이라도 물려받지.’
로로는 안일한 생각으로 현실을 회피하던 짓을 더는 할 수 없게 되었다. 현실이 무너져 내리니 써내려 가던 소설의 전개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로로는 소설의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식당이 문을 닫았어도 평생을 부지런히 살아왔던 로로의 부모는 마냥 주저 앉아있지 않았다. 아버지는 경비 일을 알아보러 나갔고 어머니는 대로변 골목의 먹자골목에 출근을 시작했다.
“나도 월급 받으니까 세상 속 편하네.”
로로의 부모는 고된 얼굴을 숨기지는 못했지만 적자의 굴레에서 벗어난 탓에 웃는 얼굴에는 걱정이 없어 보였다.
야간 경비 일을 마치고 해가 떠서 들어온 아버지와 밤을 새우고 이제 막 잠에 들려던 로로가 현관에서 마주쳤다.
“야. 밤새는 게 이렇게 힘들다. 너는 이걸 어떻게 매일 하냐?”
진짜 일을 하다가 들어 온 아버지의 말에 소설 쓰는 척을 하던 로로는 대응 할 말을 잃었다.
“토스트 드실래요?”
위생과 청결을 중요시 하던 로로의 아버지는 밖에서 더러워 진 손과 발을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로로는 일하고 들어온 아버지를 위해 식빵에 계란을 입혀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었다.
“경호야.”
아들이 만들어 주는 토스트를 기다리며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로로는 으레 잔소리가 시작될 것 같아 긴장이 됐다. 잔뜩 움츠린 어깨로 토스트가 담긴 그릇을 식탁위에 올렸다.
“기왕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해 봐라. 원래 이야기는 끝이 중요한 거다.”
아버지는 로로의 등을 힘을 주어 다독였다. 그리고 음식을 앞에 두고 늘 그랬던 것처럼 성호를 긋고 식사 전 기도를 읊었다.
‘주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로로는 아버지의 짧은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울컥 눈물이 쏟아지는 얼굴이 아버지의 식욕을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해서였다.
아버지가 두드린 등은 로로 인생에서 맞은 가장 아픈 체벌이었다. 로로는 난생 처음으로 구직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했다.
김경호(소설가)
사진: 오동주 @spotlessfoto (문동배 작가, 거울-3, 100x65.1cm, oil on canvas, 2020)